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바로 본당 신부님이 미사 때 신자들에게 했던 강론 말씀이었다. 어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이었지만 본당에서 신부님이 하신 강론을 열심히 들은 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해 주었던 것이다. 요한 보스코는 아홉 살이 되어서야 본당의 신부님으로부터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종교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요한 보스코는 자라면서 인기가 많았는데, 그가 친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은 바로 ‘이야기’였다. 그는 강론 시간이나 교리 시간에 들은 예화나 책에서 읽은 내용들을 친구들에게 재미나게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항상 성호경을 긋고 성모송을 바쳤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꼬마 신부님에게 강론 들으러 가자”는 말이 퍼지기도 했다.
요한 보스코가 직접 쓴 위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성인이 어려서 기본적인 독서교육을 잘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독서라고 하면 언뜻 ‘읽기’를 떠올리지만 눈으로 읽기 전에 귀로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 뇌를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귀로 들을 때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구수한 옛 이야기가 마치 지금도 들리는 듯 생생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우리는 흔히 인쇄된 책을 읽어주는 것만이 독서라고 생각하지만, 부모가 그날 있었던 일이나 겪은 사건, 그리고 과거에 경험한 사실들을 들려주는 것도 책을 읽는 것과 같은 것이다. 특히 책을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먼저 부모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부터 하는 것이 좋다.
조선시대 대문장가로 알려진 연암 박지원(1737~1805)은 늦게 글 읽기를 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가를 들어서도 글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 박지원에게 처삼촌은 책을 읽으라고 하지 않고 옛날 이야기나 역사적 인물의 에피소드 등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지원이 처삼촌에게 “그 많은 이야기들을 어디서 배웠습니까?”하고 물었고, 그때서야 처삼촌은 박지원에게 책을 보여준다. 박지원이 학자이면서도 풍자성 짙은 소설들을 많이 썼던 것도 이야기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부모가 소리 내어 읽어주는 방식이 있다. 이때 아이는 부모가 읽는 소리와 책 속의 글자를 대응시키면서 글자를 익히며 내용도 이해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혼자 읽을 때보다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자신감도 생기고, 집중력이 발달하며, 책을 더 좋아하게 된다. 독서전문가들은 적어도 열 살 때까지는 매일 30분 정도 의무적으로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라고 말한다.
다 알다시피 성경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부분을 들려주거나, 어린이용 성경 이야기를 읽어주면 성경에 흥미를 갖게 하면서 집중력과 이해력도 기르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가정에서의 독서교육 (2)
부모 좋아하면 자녀도 좋아해부모의 독서 태도 자녀 습관도 키워
좋아하는 책 읽어주며 공감형성 시작 발행일 : 2010-10-17 [제2717호, 11면]
좋아하는 책 읽어주며 공감형성 시작 발행일 : 2010-10-17 [제2717호, 11면]
“아이가 혼자서도 책을 잘 읽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요?”
많은 부모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이런 자녀를 기대한다면 가장 먼저 책을 아주 좋아하도록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자녀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역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부모다.
부모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하여 자주 읽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자녀들도 책을 좋아하게 된다. 혹시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녀 앞에서는 책을 읽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좋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자주 들러 책 읽는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어떤 책을 읽어주어야 할지 모른다면 독서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독서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아도 좋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저절로 책을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자녀가 어릴수록 책 자체의 재미보다는, 부모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책에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는지가 중요하다.
태어날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은 부모가 책을 읽어주던 그 순간의 행복한 느낌을 또 맛보려고 자꾸 책을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책 내용에 빠져드는 것이다. 혹시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싫어하는 자녀가 있다면 그 원인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마 어려서 책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한창 친구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데 부모가 책을 들고 와 “그만 놀고 책 보자!” 하며 놀이를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억지로 책을 읽히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책은 자녀의 욕구를 방해하고 즐거움을 앗아간 존재가 되어 버린다.
또 책을 읽어줄 때는 자녀가 좋아하는 책부터 읽어주는 게 좋다. 자녀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이 자기 연령 수준보다 낮은 책이라 할지라도 나무라거나 못 읽게 잔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익숙하게 읽었던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 하지만 부모가 읽어주려고 준비한 책은 자녀가 읽기에 조금 수준이 높은 책이라도 괜찮다. 부모가 읽어줄 때는 비교적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같은 책을 계속 읽음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또 어릴수록 낯선 책을 혼자 읽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를 읽을 수 있는데도 혼자 읽으려고 하지 않고 부모나 선생님이 읽어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책을 권할 때 낯선 책은 먼저 부모가 최소한 2~3회 이상 읽어주면서 그 책과 친해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책을 읽어줄 때 부모는 자녀와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자녀가 무엇을 느꼈는지 말하도록 돕고 자녀의 감정에 공감해 줄 때, 자녀들은 부모와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들고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에서의 독서교육 (3)
‘읽어주며’ 자녀와 함께하라 책을 매개로 부모·자녀 소통 이끌어야
독서와 연계한 야외·문화활동 큰 도움 발행일 : 2010-10-31 [제2719호, 11면]
독서와 연계한 야외·문화활동 큰 도움 발행일 : 2010-10-31 [제2719호, 11면]
자녀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최고의 특효약은 ‘읽어주기’이다. 아이들은 처음부터 책을 좋아해서 읽는다기보다 부모와 함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점차 책 속의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책을 읽어줄 때는 되도록 아이를 무릎에 앉혀 엄마의 따뜻한 가슴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기분 좋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열 살 이전의 어린이들이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와 함께 읽어서 좋은 점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책을 매개로 하여 부모와 자녀의 감정이 소통된다는 점이 좋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책을 읽고 나서 부모와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즐겁다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억지로 책을 읽어주었거나, 책을 읽어주면서 야단을 치고 캐묻듯이 질문을 하여 자녀가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다면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우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어야 한다.
또 책을 읽어줄 때는 일대일로 읽어주는 게 좋다. 형제를 같이 앉혀 놓고 읽어주다 보면 경쟁 심리가 발동하고 부모의 태도에 따라 형이나 동생 한쪽이 심리적으로 비교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 간격을 두고 따로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히려 큰애가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유도하여 큰애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는 방법도 있다.
책을 읽어줄 때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을 끝까지 읽어주려고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다. 책을 읽는 도중에 자녀가 책과 관련된 이런 저런 말을 끌어내어 책을 끝까지 못 읽어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매개로 하여 부모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 부모는 인내심 있게 들어주되, 적절한 순간에 “이제 다음에 무엇이 나오는지 볼까?” 하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게 좋다.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바깥놀이를 하는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는 것이다. 풀밭에서 잠자리를 본 후에 집에 와서 잠자리에 관한 책을 보면, 책 속에는 많은 지식이 들어있음을 깨달아 책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또 책과 연계하여 영화나 애니메이션, 연극, 무용 등을 함께 보고 책과 함께 요리나 북 아트 등의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다.
게임과 텔레비전, 휴대폰 때문에 책을 멀리한다고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그렇다면 텔레비전을 없애거나 거실을 서재로 만들고 게임 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하면 저절로 책을 가까이 하게 될까? 게임이나 텔레비전보다 책을 즐기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책도 그것들 못지않게 재미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 재미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것이다.
열 살 이전의 어린이들이 책을 혼자 읽는 것보다 부모와 함께 읽어서 좋은 점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책을 매개로 하여 부모와 자녀의 감정이 소통된다는 점이 좋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을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책을 읽고 나서 부모와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즐겁다는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억지로 책을 읽어주었거나, 책을 읽어주면서 야단을 치고 캐묻듯이 질문을 하여 자녀가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었다면 부모와 함께 읽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우선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어야 한다.
또 책을 읽어줄 때는 일대일로 읽어주는 게 좋다. 형제를 같이 앉혀 놓고 읽어주다 보면 경쟁 심리가 발동하고 부모의 태도에 따라 형이나 동생 한쪽이 심리적으로 비교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시간 간격을 두고 따로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히려 큰애가 동생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도록 유도하여 큰애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는 방법도 있다.
책을 읽어줄 때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을 끝까지 읽어주려고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다. 책을 읽는 도중에 자녀가 책과 관련된 이런 저런 말을 끌어내어 책을 끝까지 못 읽어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매개로 하여 부모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 부모는 인내심 있게 들어주되, 적절한 순간에 “이제 다음에 무엇이 나오는지 볼까?” 하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게 좋다.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책을 읽기 전이나 읽은 후에 바깥놀이를 하는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는 것이다. 풀밭에서 잠자리를 본 후에 집에 와서 잠자리에 관한 책을 보면, 책 속에는 많은 지식이 들어있음을 깨달아 책의 가치를 느끼게 된다.
또 책과 연계하여 영화나 애니메이션, 연극, 무용 등을 함께 보고 책과 함께 요리나 북 아트 등의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다.
게임과 텔레비전, 휴대폰 때문에 책을 멀리한다고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그렇다면 텔레비전을 없애거나 거실을 서재로 만들고 게임 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하면 저절로 책을 가까이 하게 될까? 게임이나 텔레비전보다 책을 즐기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책도 그것들 못지않게 재미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이 재미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가 함께 책을 읽는 것이다.